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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과 코란 송(誦)

기사승인 2024.02.02  0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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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12월의 설경 속에서 성당과 교회,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이웃 이슬람사원에서의 들려오는 코란 송(誦)이 혼재하는 곳, 그래서 이태원은 세계적 명소가 아닐 수 없다는 오스트리아인의 논평이 생각납니다. 

2023년, 국내 거주 외국인이 약 226만을 헤아리게 되면서, 이민청(移民廳)의 신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민청이 꼭 필요한 기구일 뿐만 아니라, 국내 이민자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 생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거주 외국인이 인구의 5%를 넘으면 그 나라는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됩니다.

다문화 사회와 관련해 몇몇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1999년경 당시 터키(현재의 튀르키예, Türkiye)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이하 EU)’ 회원국 편입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특히, 독일이 터키의 EU 가입에 가장 앞장서는 분위기가 완연하였습니다. 독일의 내무상이 터키로 날아가 터키의 EU 가입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발언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베를린에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터키인이 거주하던 상황이었기에 정치적 발언인가 싶을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모두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 무렵, 필자는 학회 참석차 방문한 이스탄불에서 H교수의 초청으로 오찬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H교수는 필자에게, “터키가 EU에 가입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서 ‘애타는 소망’이 느껴져, “터키가 EU에 가입하더라도, 아시아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는 말로 화답하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 필자도 터키가 EU에 가입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알았습니다.

귀국하여 서울에서 우연히 독일 정부의 차관보급 고위직, 그것도 외무성 소속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스탄불의 열기를 담아, “터키가 EU에 가입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직답에 가까운 답변은 “터키는 EU에 가입하지 않습니다”였습니다. 냉기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단호하였습니다.

필자는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그에게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는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EU 회원국 중에 ‘이슬람 국가’는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0년대 이후 EU 신입 회원국이 된 불가리아(Bulgaria), 몰타(Malta), 슬로베니아(Slovenia), 크로아티아(Croatia) 등은 모두 기독교 국가들입니다. 현 EU 회원국에는 비(非) 기독교국, 즉 이슬람 국가는 없습니다. 독일 외교관이 남긴 말에 긴 역사의 여정이 묻어 있었습니다.

   
히잡을 쓴 여인과 부르카(Burka)를 입은 여인들(사진: Google)

필자가 독일을 방문하였을 때 옛 학우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자리에서, “적지 않은 수의 터키인을 비롯하여 이슬람인이 독일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독일 시민이 보는 시각을 알고 싶다”고 하자, 돌아온 답은 간단 명쾌하였습니다. “기독교 사회에서 무슬림의 비타협성, 즉 적응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라는 점을 가리키며, 무슬림 여성의 한결같은 ‘머리 가리개, 히잡(Hijab)’을 한 예로 들었습니다. 지겨울 정도라며 불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듣기 거북하였습니다. 머리와 목 부위를 살짝 감싸는 히잡 정도가 아니라 눈만을 남기고 전신을 검정 천으로 감싸는 ‘부르카(Burka)’에는 더욱 강한 거부감을 토로하였습니다. ‘이슬람혐오증(Islamphobia)’이란 새로운 용어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당시 독일 국내 극우파인 AfD[Alternativ für Deutschland, 독일을 위한 대안당(黨)]을 부추겨 독일 사회에 ‘네오-나치(Neo-Nazi)’화의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들은 몹시 걱정하며 불편해하였습니다. 

   
함부르크, 뒤셀도르프, 그리고 여러 도시에서 ‘독일극우정당(AfD)’을 규탄하는 모임에 참가한 시민들. 종전 이후 최대 인파가 운집(雲集)했다. (2024.1.19.) (자료: Google)

독일 학우들과의 만남에서 한 친구가 불쑥 “기독교 선교 역사에서, 기독교가 이슬람 국가에서는 발붙여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근래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민자와의 갈등에 ‘종교갈등’이 깔려 있다고 하였습니다. 정신이 번뜩 드는 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최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중심 국가 중에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로웠던 옛 분위기를 영위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23일 자국 대사관과 국제협력기구 등에서 일한 아프간 직원과 그 가족 500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수송기 3대와 대원 300명, 정부 전용기 1대를 보내 작전에 나섰다.하지만 이들을 통해 카불을 빠져나온 인원은 일본인 단 1명뿐이었다.(Google)  

문득 생각납니다. 2021년 8월 23일 아프가니스탄 철수작전에서 "일본, 아프간 탈출 ‘현지인 0명’…(일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500여 명의 현지 직원 등을 탈출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철수했다.) 반면, 대한민국 공군이 대사관, 병원 직업훈련원 등 대한민국과 관련된 기관에서 근무한 현지 협력자 391명 구출 작전을 수행했다.”(Google 캡처). 마음 따듯해지는 역사의 편린(片鱗)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 “일본의 ‘현지인 0명’”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이슬람인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속내가 발현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독일도 그러하지만, ‘북유럽의 천국’이라는 스웨덴이 근래 이민정책으로 크게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진보성향이 강한 스웨덴이 이민정책에서 2015년 이후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Morocco), 리비아(Libya), 알제리(Algeria), 튀니지(Tunisie)에서 몰려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아마도 자국 내 부족한 노동력의 대체인력으로 활용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민자들의 후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스웨덴 사회는 경악하였고, 정부는 실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민자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였는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이슬람에 반발하여 최악의 ‘코란 불태우기’까지 벌어졌습니다. 

약 25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리고 근래 이민청 신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외국 국적자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이 약 226만 명, 국내 총인구 대비 4.4%로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그중, 무슬림(Muslim)이 8,772명입니다. 우리 사회가 세심히 관리하여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이민청을 설립하면서, 근래 유럽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민자와의 갈등 요인을 세심히 살펴보는 차원에서, 그들의 시각이나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볼 것을 건의하고 싶습니다.
(주해: 무슬림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 

무슬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세심하게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이태원 이슬람 사원에서 흘러나오는 코란의 낭송(朗誦)이 그저 다른 한 음률(音律)로 들리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성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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