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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에 분주한 블루베리 밭

기사승인 2024.01.31  01: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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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밭엔 뭐 하러 나온겨?” 바로 앞집 쌍둥이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옵니다.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유박(비료)도 얹어주려고 나왔어요.” 아직도 어설픈 블루베리 농사꾼은 한겨울에도 마음이 바쁘답니다. 가지치기 하랴, 거름 주랴, 꽃눈 솎아주랴, 덩달아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네요. 겨울 농한기라는 말은 아마도 논농사를 기준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조치원 동구 밖 과수원 길에는 복숭아 농장과 배 농장이 즐비한데요, 복숭아나무나 배나무는 가지가 굵고 단단한 데다 키도 제법 커서, 입춘 지나 본격적인 가지치기 철이 돌아오면 서너 명이 팀을 이뤄 가지치기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반면 블루베리나무는 가지가 그다지 굵지 않고 여린 데다 키도 작은 편이라, 저처럼 자그마한 체구의 연약한(?) 여자도 너끈히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답니다. 

요즘은 블루베리 가지치기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많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걸 배우려고 추운 겨울날 직접 블루베리 농장을 찾아다니곤 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블루베리 가지치기가 제일 쉬웠어요.’란 느낌이 들지만, 막상 전지 가위 들고 블루베리나무 앞에 서면 동영상에서 보던 블루베리는 온데간데없고, 세상에 하나뿐인 각양각색의 블루베리가 나타나지요. 결국은 직접 잘라보고 실수도 해보면서 감각을 익히고 눈썰미도 키우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배움에 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험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블루베리 농사 12년 차에 접어들고 보니, 전지 가위 들고 나무 앞에 서면 작년에 열매 맺던 모습이 떠올라, 신기하기도 합니다. 작년에 탐스러운 열매를 달고 있던 넬슨은 올해도 꽃눈이 탱탱하게 올라와 있네요. 새로운 가지도 굵게 올라왔구요. 성적을 주자면 A플러스입니다. 작년에 시원치 않았던 나무들은 올해도 별 볼일이 없네요. 저희 밭 원년 멤버인 패트리어트와 토로는 거의 전멸입니다. 토양과 종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는 모양입니다. 

올겨울엔 마을 이장님 권유로 블루베리에 유박 비료를 얹어주었습니다. 이장님 댁 사촌이 블루베리를 재배 중인데, “이것저것 다 줘 봐도 유박이 최고유!”라 했다길래 저희도 따라했습지요. 유박 비료는 한겨울에 주어야 제격인 것이, 눈비 맞으며 천천히 땅속으로 녹아들어가 봄에 꽃 피고 잎 나고 여름에 열매 맺을 때 양분이 된다고, 이장님이 친절히 지도편달까지 해주었습니다. 봄여름에 필요한 양분을 겨울부터 미리미리 챙겨주어야 하듯, 무슨 일이든 닥쳐서 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 나이에도 제법 엄숙하게 다가옵니다. 

유박 비료에 비해 뿌리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화학 비료를 저는 ‘사교육’이라 부르고, 값비싼 유기농 비료는 ‘족집게 과외’라고 한답니다. 한데 유기농 비료는 정말 값을 하더라구요. 비실비실하던 나무도 살아나고 1원짜리 동전만 하던 열매도 100원짜리 동전 만하게 커지고, 새콤달콤한 맛도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효과를 보았으니까요. 심지어 챈들러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동네 분들 말씀이 비료에만 의존했다가는 낭패 본다고, 땅의 힘을 북돋는 데는 유박과 퇴비가 최고라고 합니다. 

블루베리 재배 달력에는 2월부터 꽃눈 솎아주기를 하라고 권유하는데요, 일손이 늘 부족한 저희 농장에서는 가지치기하는 길에 꽃눈 따기도 함께 합니다. 블루베리도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올라오는지라, 겨울엔 잎눈과 꽃눈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꽃눈 서너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솎아주어야 열매가 튼실해지는데요, 지난번 한파처럼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로 떨어지면서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 꽃눈이 까맣게 얼어붙습니다. 냉해를 입는 것이지요. 서너 개만 남긴 꽃눈 중 한두 개가 얼어버리면 정말 낭패입니다. 그렇다고 꽃눈을 여러 개 남기자니 열매 크기가 작아지는 데다 수확기에 무척 고생할 것이 걱정이요, 서너 개만 남기자니 또 한파가 닥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도 겨울 밭에 들어가면 감사함이 가득해옵니다. 추위를 뚫고 올라온 가지와 꽃눈도 대견하고, 부직포 핀 하나 박을 수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었던 땅이, 영상 1도만 되어도 포슬포슬 보들보들해지는 것도 고맙습니다. 그새 이름 모를 풀들도 파랗게 올라와 있네요. 어느새 봄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함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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