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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갖는 작은 희망

기사승인 2024.01.26  00: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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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사귀어 왔으니 오랜 세월의 정이 있습니다. 학교 동기는 풋풋한 시절부터 함께한 정이 있고, 좀 더 나이 들어 만난 입사 동기들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였으니 동류의식을 지닙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동기들을 만나는 자리가 재미없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화제가 지나치게 한정되어서입니다. 주로 두 가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꽤나 오래된 과거의 경험, 그리고 건강 정보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공동의 경험이 과거의 것들이고 현실적으로는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니 그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만 반복되면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화제도 다양해지고 삶에도 활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 몇몇에게 이야깃감을 바꾸어 보면 어떻겠냐고 하면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해?" 하는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새해 초에 가진 한 동기 모임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점심 식당에서 만난 그날, 시작 시간에 모임을 주선한 친구가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다들 묵시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인원이 평소보다 적은 여섯 명만 모인 것도 분위기를 이끌기 좋은 요인이었겠지요.

요즘 읽은 책 이야기를 누가 꺼내면 질문과 함께 논의가 이어지기도 하는 등 저마다 '지금'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병을 치른 친구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전의 건강 정보 이야기와 달리 지금 겪는 이야기였습니다. 끝나고 헤어질 때는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확인하진 못했지만 다른 친구들도 그랬으리라고 믿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다른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네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따로 약속하지 않았는데 근황을 주된 화제로 삼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친구의 긴 기간 암 투병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병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왔고 현재 진행형이지만 당사자를 포함해서 모두 희망적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날도 모임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투병 중인 친구에게는 사정상 진지한 질문에 미처 답하지 못한 이야기를 대신해서 전에 써둔 블로그의 글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나는 그가 만난 자리에서 나눠 준 자서전 격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날의 만남이 이어진 셈입니다.

학교 시절에도 서로 이름만 알고 지냈고 졸업 후에는 수년에 한 번 얼굴만 볼 뿐 개인적인 대화는 거의 없던 그 친구와 처음으로 마음속 대화를 나눈 듯했습니다. 내가 보낸 글은 전에 신중히 썼던 것이고, 그 책은 속지에 펜으로 '한 평범한 인간이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걸음을 떼었습니다'라고 썼듯이 진솔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었으니까요.

다른 일이 생각납니다. 1년 전부터 고교 동기 몇이서 무슨무슨 포럼이란 이름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자유 주제로 발표를 하고 질의 응답을 나눕니다. 자연스럽게 과거 아닌 지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이쯤 되고 보니 동기들과의 다른 모임에서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서도 과거보다는 지금의 이야기를 하면 생에 활기를 더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홍승철

<저작권자 © 자유칼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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