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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인가? 호랑가시나무.

기사승인 2024.01.25  01: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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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감탕나무과) 영명 Holly​

한낮에 펑펑 쏟아지는 풍성한 눈 내림을 구경하면서 어느덧 겨울이 깊었음을 느낍니다. 겨울! 생각하면 바람 거칠고 날씨 차가워 황량하고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면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입니다. 순백의 하얀 눈이 세상을 감싸주는 듯한 한 겨울 설경의 포근함이 오히려 답답한 마음을 맑고 밝게 해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벌거벗은 겨울나무 우듬지의 앙상한 가지 끝은 삭풍에 시달려도 눈에 덮인 나무뿌리는 이불을 덮은 듯 추위를 잊을 것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겨울이라 할지라도 주변을 둘러보고 찾으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자연 세계입니다. 이처럼 세상사는 양면성이 있나 봅니다. 마치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한겨울인데도 짙푸른 잎에 새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매혹적인 나무 한 그루를 전남 나주에 있는 산림자원연구소에서 만났습니다. 사랑의 열매를 떠오르게 하는 빨간 열매가 매혹적이었습니다. 

한겨울의 황량함! 대부분의 나무가 잎을 떨군 채 모진 겨울을 견디고 있는 혹한임에도 멋들어진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나무는 바로 호랑가시나무와 그 열매이었습니다. 꽃쟁이들의 농한기라 할 수 있는 한겨울에 이토록 곱고 멋진 나무를 만나니 이 또한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이 깊어 갈수록 잎은 더욱 푸르러 보이고 새빨간 열매마저 더욱 빛이 나니 신비감마저 들 정도로 고와 조경수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나무입니다. 하지만 이 나무의 이름이 영명(英名)은 Holly인데 우리 국명(國名)은 생각만 해도 섬뜩하리만큼 날카롭고 매서운 감이 드는 호랑가시나무라고 하니 영명도 국명도 그 연유가 궁금하기만 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각이 진 잎몸 끝에 뾰족한 가시가 날카롭게 돋아나 있지만 열매는 마치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공동모금 운동의 상징인 사랑의 열매를 닮아, 한겨울에 사랑의 마음을 주고받는 따스함이 배어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사랑의 열매’ 배지는 특정 열매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것은 아니지만 백당나무와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기도 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서양에서는 매우 성스러운 나무로 인식되고 있나 봅니다. 우선 Holly라는 이름이 그런 뜻을 풍깁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대부분 성당, 교회 마당에 이 나무가 조경수로 심겨 있으며 성탄 트리로 애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올라 십자가에 매달릴 때 썼던 ‘가시 면류관’의 나무가 호랑가시나무였다고 해서 신성시돼 왔기 때문이라 합니다. 빨간 열매는 예수가 흘린 성스러운 피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겨울이 되면 호랑가시나무 잎사귀로 둥글게 화환을 만들어 문 앞에 걸어놓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쁜 기운으로부터 집안을 보호하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며 나쁜 귀신을 쫓는 의미의 풍습이라고 합니다. 

가시는 날카롭지만 한겨울에 짙은 초록 잎과 새빨간 고운 열매를 매달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생김새와는 달리 따뜻한 사랑의 기운과 뭔가 성스러움이 깃든 것 같은 품격 있는 나무로 보였습니다.

   
  사랑의 열매를 닮은 호랑가시나무 열매    

호랑가시나무는 국내에서는 변산반도와 완도, 제주도에 자생하며 바닷가 낮은 산기슭 양지와 하천 변에서 자라는 상록 활엽 떨기나무입니다. 전라북도 부안군이 자생 북한지로 이곳 도청리에서 자라는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월동에 지장이 있어 잘 자라지 못하고 주로 남부지방 해안가에서 자생합니다. 높이는 5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 딱딱하며 윤기가 나고 타원상 육각형이며 모서리의 톱니 끝이 가시로 되어 있습니다. 4, 5월에 피는 꽃은 향기가 있으며 열매는 둥글고 지름이 1㎝ 정도로서 9, 10월에 빨갛게 익어 겨울을 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정원수이며, 수백 종의 원예품종이 있습니다. 주로 관상용으로 심으며, 잎과 열매를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늙은 호랑이 발톱 같다고 하여 노호자(老虎刺)라고 부르거나 어린 고양이 발톱 같다고 묘아자(猫兒刺)라 부릅니다. 우리 국명의 유래에 관한 설은 잎가장자리에 난 톱니의 예리한 가시 모양이 마치 호랑이 발톱과 같다는 뜻이라는 설과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이 나무의 잎가시에 등을 문질러 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아마도 중국명 노호자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종 호랑가시나무는 어릴 때는 잎의 가시가 많이 나지만 성목(成木)이 되면 점점 줄어듭니다. 이 나무를 비롯하여 어린나무 때는 풀잎을 뜯어 먹는 짐승들로부터 자체 보호를 위해 가시가 많이 있다가도 점차 자라 튼튼한 성목이 되면 가시가 없어지는 식물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까시나무도 성목이 되면 줄기에 가시가 없어지고 주엽나무도 그러합니다. 갈라파고스의 선인장나무도 성목이 되면 줄기에 선인장 가시가 없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모두 나름의 생존술이라 여겨집니다.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억센 가시를 매달고서도 따뜻함과 사랑의 기운이 감지되는 호랑가시나무를 보며 생각합니다. 삭막함과 냉기 넘치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모습에서 어찌하면 호랑가시나무처럼 매서운 듯 보이지만 따뜻함과 온기 넘치는 인정미를 찾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한겨울 추위의 절정인 대한(大寒)이 지났으니 다가오는 입춘을 기다리며 얼어붙은 동토(凍土)를 녹여주는 따뜻한 봄바람에 모든 차가움과 매서움이 눈 녹듯 스러지는 갑진년 새해를 기다려 봅니다.

(2024. 1월 호랑가시나무를 생각하며)

-끝-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박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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