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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 붉은 바다, 분쟁의 바다

기사승인 2024.01.17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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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여러모로 중요합니다. 지구가 5대양 6대주로 구성되어 있어 대륙 간 산물을 옮기려면 바다를 건너는 것이 불가피하지요. 철도, 고속도로 등으로 연결된 같은 대륙 위의 두 지점 간에도 해운이 더 편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교역량의 약 80%(부피 기준, 가격 기준으로는 약 50%)가 바다로 이동한다고 추계되고 있습니다. 비싼 반도체 장비는 항공기로 이동하지만 원유, 곡물, 기타 화물은 약 10만5,000척의 컨테이너 화물선이 5대양을 종횡무진 운반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흑해(黑海)가 문제의 바다였는데 올해에는 홍해(紅海)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가보지 않아 물색이 정말 검고 붉은지는 모르겠으나 경관 때문이 아니라 전쟁 때문이지요. 흑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때문에, 홍해는 100일 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해상 운송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인도적 측면의 비극인 동시에 경제 분야에도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보듯이 흑해는 지중해 동쪽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우크라이나,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조지아, 남쪽으로는 튀르키예에 둘러싸인 바다입니다. 좁은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해 지중해와 연결되어 있는데 두 해협 모두 양쪽이 튀르키예 영토이며, 전자의 경우에는 이스탄불이 위치해 있습니다. 공해이지만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내해처럼 여기는 바다이지요. 2년 전부터 세계적 밀 생산국으로 흑해를 통해 이를 수출해오던 우크라이나와 교전 중인 러시아는 막강한 해군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선박들을 차단하고 나섰지요. 

우크라이나는 2020년 기준 세계 8위 밀 생산국이며 5위 밀 수출국이어서 흑해 해운 봉쇄로 인한 밀 공급 차질은 국제곡물가 널뛰기로 이어졌습니다. 2년 전 빵, 라면과 같은 국내 밀가루 제품 가격을 올려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조장하기도 했지요. 주요 산유국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따른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확산되어 세계경제를 위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유가, 곡물가 등 경제적 파장은 점차 진정 되어 물가상승세가 잦아들었습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던 주요국들도 금리 인상을 멈추어 고금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지요. 

흑해를 잊을 만할 즈음 지중해와 연결된 또 다른 바다에서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의 여파로 하마스를 옹호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들을 공격한다는 겁니다. 지난주에는 홍해 해운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미국, 영국 등 다국적군이 후티 반군의 군사 시설에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아라비아반도 남서쪽에 위치한 국가 예멘의 상당한 부분을 장악한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이슬람 세력으로 아라비아해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지역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홍해가 중요한 것은 수에즈 운하 때문입니다. 19세기 후반에 건설된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를 관통해 홍해를 지중해와 연결하고, 아프리카 대륙과 아시아를 구분합니다(2021.4.5. 정달호, 자유칼럼 ‘대양을 잇는 운하들’ 참조). 운하가 건설되기 이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던 배들은 길이가 약 1만km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항로를 운항해야 했습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추가되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지요. 요즘 배들도 약 일주일이나 더 걸린다고 합니다. 2021년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며 일주일 동안 운하 통행이 막히면서 수에즈 운하와 홍해의 중요도가 확실히 입증되었지요. 

후티 반군의 홍해 횡포는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 때 통행 차질과 성격이 다릅니다. 경제적 파장이 더 클 수 있고, 얼마 동안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도 금방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설령 전쟁이 잦아들어도 후티 반군이 홍해 해적질을 멈출지 확실치 않지요. 반군 세력은 종교적, 지역적 차별을 이유로 예멘 정부를 상대로 2014년부터 내전을 시작했는데 그 후 정부를 지원하는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직접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앙숙 관계의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깊이 개입하고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갈등 관계를 봉합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후티 반군 도발에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반군은 돌아갈 생업이 마땅치 않은 생계형 무장집단으로 보입니다. 레바논에서 이란의 지원으로 활동하는 반(反)이스라엘 테러단체 헤즈볼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도 다르지 않지요. 그러니 이스라엘과 서방을 상대로 한 투쟁이라는 새롭고 거창한 존재의 이유를 찾았으니 한껏 고무되어 계속 홍해에서 문제를 일으킬지 모릅니다.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돈을 쓰기보다 나라 밖 테러단체들을 지원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듯한 후원국 이란의 행태도 조만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반도 서쪽 바다의 이름이 황해(黃海)이지요. 황해 남쪽의 대만에서 지난 주 총통 선거가 있었는데 중국이 원하지 않던, 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중국은 선거 결과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이며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의 독립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대만과 중국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대형 불똥이 튈 겁니다. 한반도 북쪽에도 외국에 팔 거라고는 무기밖에 없어 보이는 왕조국가가 있지요. 무엇을 얻겠다고 그러는지 몰라도 전쟁 불사 운운하고 있습니다. 도발의 ‘도’자도 나오지 못하게 할 군사적 펀치력을 확실히 키울 때입니다. 

인터넷에서라도 기도법을 찾아 푸른 용(龍)에게 정화수를 올리고 황해가 흑해나 홍해처럼 되지 않기를 빌어볼까 합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허찬국

<저작권자 © 자유칼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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