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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혼자 지내기

기사승인 2024.01.13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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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행복한 삶의 핵심 조건으로 건강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제적 존재감을 선보이기도 하였던 세계보건기구(WHO)는 1969년에 제정한 헌장에서 건강(well-being)의 개념을 단순히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여기에다 1998년 그 기구의 이사회가 건강의 개념에 영적인(spiritual) 요소를 추가하는 결의를 했다고 합니다. 비록 무속신앙의 처리문제를 둘러싼 상호 이견으로 세계보건기구의 총회의 승인을 얻는 데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사회 결의 자체가 많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하버드대 의료팀이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년간의 장기간 종단연구를 통해 무병장수하는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라고 결론지어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마음 편하게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위해 유익하고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세태가 바뀌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대상이 꼭 인격체일 필요는 없고, 비인격체인 동식물이 대상이 되는 장면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혼자 지내면서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비인격적 존재인 반려견, 반려식물, 심지어 초월자인 신(God)을 편안하고 건강한 관계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 대상이 종교에 관한 것일 때 앞서 본 WHO 이사회가 결정한 영적인 건강(spiritual well-being)을 추구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뉴스에 어린이용 유모차 판매 수보다 강아지용 유모차 판매 수가 더 많다는 기사가 이러한 변화하는 세태를 반증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다 최근 1인 가구 수의 증가, 결혼에 냉소적인 젊은 세대의 성향, 이것이 결과적으로 출산율의 저하로 나타나고 궁극적으로 심각한 국가 존립의 위기로 다가오면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삶의 지혜는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관계의 양태를 맞춤형으로 바꾸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렇게 비인격체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은 외형상 혼자 지내는 습관이 체질화된 고독한 사람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태어나면서 누군가와 크고 작은 관계를 맺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또한 집단에서 관계를 맺으며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되는 정치적인 동물이기도 하다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동양으로 넘어와서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자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설명하면서, 인(人)자를 파자해보면 답이 있다며 두 사람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상형문자가 바로 사람(人)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유교의 핵심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도리 및 덕목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삶이란 결국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과정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즉, 태어나는 과정, 태어난 후의 생활, 돌아가는 과정 등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태어나기 전 엄마의 태 속에 있을 때나, 태어났을 때, 태어나기 전의 곳으로 돌아갈 때처럼, 빈손으로 혼자 왔다가 빈손으로 혼자 간다[空手來空手去]는 동양의 지혜를 빌리지 않더라도, 아무도 생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인류 역사의 한 지점에 순장(殉葬)이라는 야만적인 풍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 것입니다. 즉, 인간은 운명적으로, 태생적으로 혼자라는 관점인 것입니다.

혼자 지내는 습관도 세대에 따라 약간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적 혼자 성향은 기성세대가 고민하는 혼자 생활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혼자 문화가 자발적인 것이라면 (물론 비자발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나이 든 세대의 그것은 비자발적인 것으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독거노인, 고독사 등의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미리 혼자 지내는 습관을 들이고, 혼자서도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취미생활을 하도록 권유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고령 세대는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나’보다는 ‘우리’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어디엔가에 소속되지 않거나 함께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살아온 세대입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나이 든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데이비드 리스먼의 ‘군중 속의 고독’이나,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나 에리히 프롬 등이 주목한 ‘인간소외’(alienation) 현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서점가에서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그의 저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에서 밝힌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가장 자유롭고, 고독을 느낄 때 비로소 자신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다’는 그의 통찰에 공명이나 하듯이 시대가 변하여 요즘은 혼자인 상태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회 세태로 자리 잡아가는 전환기를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비대면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 됨으로써 생긴 최근의 흥미로운 사회현상 중의 하나로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먹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추(혼자 추석 보내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이를 사회 병리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post-covid 19,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가속화될 것입니다.

혼자 보내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은 살아온 인생의 전 과정을 관조하면서 쉽게 흔들리지 않게 내공을 쌓자는 말일 것입니다. 살면서 함께할 수 있는 벗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 중의 한 분으로 ‘100세를 살아보니’라는 책과 강의로 유명한 김형석 선생께서 들려준 일화가 혼자 지내는 습관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한국 지성의 대표격이었던 김태길, 김형석, 안병욱 등 절친한 세 분이 만년에 한 번은 누군가가 노년에 ‘더 늙기 전에 정기적으로 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김태길 선생께서 “그냥 지금대로 살어, 우리는 이제 누구부터랄 것 없이 한 사람씩 가야 할 텐데 그러다가 남은 사람은 어떻게 하려고...”라고 하는 말에 나머지 두 분은 더 이상 말을 못 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라고. 

인도불교에서는 인간의 삶을 4단계로 나누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즉, 범행기, 가주기, 임서기, 유행기 등으로 전반 2단계는 우리가 보통 경험하는 태어나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졸업 후 취업해서 결혼을 한 후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키워서 사회로 내보내고 하는 단계입니다. 후반 2단계는 자녀가 성장하여 출가시킨 가장은 이제 훌훌 털고 홀로 숲이나 심산유곡으로 들어가서 혼자 수행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삶에 대하여 뒤돌아보고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천착해보기도 하는 등의 정진으로 일상을 보내다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되거나, 부족함을 느낄 때 깨달은 바를 공유하기 위하여 또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하여 선각자를 찾아 홀로 길을 나서는 등으로 삶을 마감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지내는 습관이 자연스런 문화로 자리 잡은 경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연령, 세대와 관계없이 혼자 지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2022년 현재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수의 34.5%를 점하고 있을 만큼 비중이 커졌고, 특히 20~30대와 60~70대가 각각 12.3%, 9.5%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는 굳이 혼자 사는 습관을 들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체질화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혼자 지내는 습관은 나이 든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화두입니다. 이때 홀로 지내기는 육체적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먼 옛날 그리스의 철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가 인간이 더 행복해지기 위하여 관계의 대상에 비인격체도 포함하는 사회적 관계의 개념을 확장시킨 지혜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행복한 삶은 건강에 달려 있고 건강은 관계의 질에 좌우되며, 관계의 형성은 반드시 사람 간의 관계일 필요는 없고 즉, 인격체 간의 관계를 넘어서 당사자 일방이 동식물, 절대자(초월자) 등 비인격체로 진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를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건전하게 혼자 지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는 주장이 극단의 억설일까요.

 

 

 

 

정연한
스탠포드대, 매사추세츠대 석·박사(교육정책), 교육부 국장, 대구시·인천시 부교육감, 하와이 East-West Center 고위급 교육전문가, 한국외국어대학 초빙교수 역임
현재 글로벌미래교육연구소 대표,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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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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